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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오해했다

< 2008.8.4. 45개의 오이. 오후 >



1.
강의 일기도 요가 일기도 꾸준히 이어나가질 못하겠다. 여름을 오해했다.7월 둘째 주는 유샘의 출장으로 휴강. 세째 주는 우리집 휴가. 세째 주는 문지문화원 휴가. 그렇게 오래 쉬다가 3주 만에 가 앉은 강의는 모든 게 낯설어서 첨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번거롭고 귀찮았다.기대와 열정은 다 사라지고 의무만 남았다. 언어들이 내게로 오지 못하고 자꾸만 공중을 떠다녔다. 여름에 대한 감각이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무언가에 의한 단절과 절단의 느낌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여름을 오해했다. 요가도 우리집 휴가와 요가원 휴가가 어긋나면서 쉬는 기간이 길어지고 그렇게 쉬다말다 하는 운동은 몸만 지치게 하고 있다. 여름을 오해했다.



2.
책은  들고다니다 보면  금새 낡아진다. 누군가에게 빌린 책은 그래서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양장본이라면 더 그렇다. 초기 영문학의 대표작이라는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뛰는 내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무진 애를 썼다. 너무 재미있어서 아니 이런 책을 왜 내가 지금에야 알게 된 거지? 마치 내사람을 이제야 만나기라도 한듯 원망스럽기조차 했다. 하여  짬이 날 때마다 정좌하고 앉아 메모지를 옆에 두고 읽었다. 그런데 방학하고 날마다 아이 둘 밥 세끼 제시간에 맞춰 챙기느라 그렇게 정좌하던 시간을 잃어버렸다. 휴가가 있었고 이런저런 병원 나들이가 이어지고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움직여도 그 후론 정좌할 그 몇 분을 얻을 수가 없었다. 이젠 어쩌다 시간이 생겨도 그렇게 설레거나 재밌게 읽히지 않는다. 얼른 읽고 돌려줘야 할텐데...강의가 끝나기 전까진 마무리 해야 할텐데...그 무언가에 의한 단절로 설렘과 호기심을 잃어버린 책읽기는 한 두 페이지 넘어갈 적마다 조급함만 쌓인다. 여름을 오해했다.





 

by 랭보 | 2008/08/05 08:41 | 말똥과 여의주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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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dameK at 2008/08/05 10:14
한번 끊긴 리듬은 다시 이어가기가 , 첨 시작하는 것보다 두 배는 어려운 듯해요.

어서,우당탕 빨리 지나갔으면 좋겟네요.이 여름.방학.하루 세 끼.ㅜㅜ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34
케이언뉘는 이 모든 게 평안하신가요?
Commented by 이삭 at 2008/08/05 12:07
아우, 그놈의 밥 세끼... 죽을 때까지 쫓아올까봐 두려운 밥 세끼... 어느 할머니가 그러셨다지요 "나 죽을 때 살림 쫓아오나 봐라..." 얼마나 살림이 무서웠으면.
트리스트럼 샌디 1권 파는 데를 찾아봐도 정말 없네요. 요즘 출판계가 장난 아닌 불황이라서 이거 다시 찍을 가능성은 거의 전멸인데. 쩝.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36
맞아.. 맘에 든 책이면 당장 안읽어도 발견 즉시 사야돼.
게다가 쌤들이 읽어보라 권하는책들은 왜 이케 절판이 많은거냐?

Commented by 이요 at 2008/08/05 16:10
결국 45개의 오이지를 담그셨군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38
네..
제발 제발 주문량을 다 보내주세요 ,메모를 남겼거든요.
근데요, 오이지가 아니라 '피클' 이예요 '오이피클' .^^

Commented by 방울 at 2008/08/05 21:40
이 글 참 좋다.

.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38
고마워요.
Commented at 2008/08/06 15: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39
혹시 너무 안좋은 일이 생겼나 걱정을 했더니 꿈에 보이더라구요.
지난 주 강의 자료는 챙겨뒀어요. 그날 꼭 봐요.
Commented by intuition at 2008/08/07 10:12
보름이 책을 들고 다니면 이상하게 쉬 닳더라구요~ 책만 그런 건 아니지만^^

옥수수는 포기하세요. 맛이 없어서 안사왔어요~ 일요일 낮에 오셔요
Commented by 랭보 at 2008/08/07 13:40
응. 나도 낼 아이들과 숲네로 엠티를 가서 미룰까 하던 중이었어.
게다가 토욜 저녁에도 다른 일이 생겼고.
일욜에 전화하고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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